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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가격 인상 본문

잡동사니/경제공부

라면 가격 인상

빛나는 전구 2023. 6. 19. 14:00

다음 라면

2016년에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한 끼를 해결하는데 6,000원이면 넉넉했다. 그런데 이제는 한 끼에 10,000원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 날도 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2023년 그러니까 입학한 이후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종종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서 밥을 먹다 보면 새삼 물가가 많이 오른 것에 놀라곤 한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왜 라면 가격이 올랐는지 궁금해져서 관련 자료를 찾았고 이를 정리해 두었다.

 

곡물 가격 인상

첫 번째,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지대라 할 정도로 많은 곡물을 수출하는 국가이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때 곡물을 수확하지 못하고, 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수요는 변하지 않았는데 공급이 줄어들었으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밀 가격은 60% 상승했고, 옥수수 가격은 30% 정도 상승했다. 그리고 국제 곡물가격 상승분은 보통 4개월에서 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한국 물가에 반영된다. 추가로, 세계 이상기후도 작황에 영향을 주어 곡물가격 상승에 기여했다. 이처럼 곡물 가격이 소비자들과 밀접한 식비에 영향을 주자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을 합쳐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도 나왔다.

 

유가상승

두 번째, 원유 가격이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사회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다음으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22년 7월 원유 가격을 인상해 버렸다. 공급은 줄어들었는데 가격을 올려버린 셈이다. 그리고 석유는 우리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은 곧 물류비용 상승, 전기료 인상 등 다양한 사회 부문에서 가격 인상 부담을 증대시킨다.

 

한편, 중국 역시 코로나 봉쇄를 해제하면서 석유 소비량이 증가했는데, 이는 공급이 줄어든 원유 시장에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중국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러시아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아마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도 부족한 양을 외국으로부터 구매해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추가내용] '유가 하락'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주유소 기름값에서는 이를 체감할 수 없는 이유는?

첫 번째, 유가하락이 국내에 반영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를 정제 과정을 거쳐 시장에 공급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통상 2~3주가 소요된다.

 

두 번째, 국내 기름값은 국제 원유시장 가격을 그대로 환산하여 매기는 것이 아니다. 주싱가포르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2011년에 작성한 [석유의 정치경제학] 원유가 아닌 '싱가포르 가격' 연동 결정 - 이라는 글을 살펴보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가격이 아니라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따라 정해진다. 네이버 기관단체사전에서도 국제석유가격은 런던, 뉴욕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는 석유 거래소에서 형성된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곳에서 석유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보아야지 단순히 원유가격 하락만 믿고 왜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느냐, 기업들이 차익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에 대해서는 석유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추후에 알아보도록 하자.

 

세 번째, 석유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개입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석유는 정유사에서 매긴 공급가격을 따르고, 이후 유통비용과 세금이 붙고, 주유소도 먹고 살아야하므로 마진이 붙는다. 예를 들어 휘발유 1 리터에 붙는 세금을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529언,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세(세후 가격의 10%) 등으로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60%에 달한다. 그래서 2019년 9월 기준 주유소 휘발유 가격 1528.27원 중 세금은 884.91원으로 57.9%에 달했다. 이처럼 세금이 정액제로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기름값의 하락폭은 국제유가 하락폭에 미치지 못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를 땐 빨리 오르고, 내릴 땐 천천히 내린다는 것은 오해"라며 "국제유가가 10% 하락할 때 실질 소비자 가격 하락은 세금을 제외한 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네 번째, 정유사 즉 업계에서는 아직 유류세가 인하되기 전에 사들인 석유제품이 재고 사정으로 남아있어 유류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두 번째 원인으로 소개했던 과연 국제 원유 가격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지 어떻게 금액이 측정되는지를 공부해보아야 할 것 같다.

 

달러 강세

코로나가 유행이었을 동안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많은 국민들이 위축된 소비 시장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지급한 보조금을 받았다. 지역화폐도 코로나 전부터 존재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대학생들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한 건 2020년 이후인 것으로 기억한다. 또, 코로나에 걸려 자가격리에 들어가도 지원금을 주다보니 청년들 사이에서도 나라에서 이렇게 돈을 뿌리면 나중에 큰일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돈이 막 생기면 좋을 것 같은데 자본주의에서는 그렇지 않다.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면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단순하게 가치를 분자에,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을 분모에 두면 이해가 편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이 2023년에 다시 시장 물가나 인플레이션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이유로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코로나 사태 동안 시장에 풀었던 돈을 다시 회수하겠다는 말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돈을 정부에게 돌려줄리는 없으니 은행 금리를 인상시킨 것이다.

 

은행에 예금 들면 돈을 엄청 준다는데 누가 돈을 그냥 지갑에 넣어둘까. 실제로 우리나라도 예적금 이자가 급등했을 때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예적금 개설을 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시장에 풀려 있는 달러의 수는 줄어들어 달러가 귀해지고, 경제학에서 수요가 높은데 공급이 줄어들 경우 가차없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즉, 달러가 귀한 몸이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게는 치명적이다. 전에는 원화 1,000원만 줘도 1달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300원은 줘야 1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해외에서 원자재를 구매해오는 우리나라는 더 많은 돈을 주고 원자재를 사와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에는 1,000원 주고 사온 밀가루로 라면 1,500원에 판매하면 가공 비용 제외하고 300원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면 이제는 1,300원 주고 밀가루를 사와야해서 1,500원에 판매하면 차익이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1,500원이 아니라 1,650원 이렇게 찔끔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네이버에 3년치 달러 동향을 보니 2021년 초 1,080원이었던 1달러는 2022년 9월에는 1,445원을 찍더니 지금은 1,280원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아무리 2021년 초 코로나로 경기 침체에 따라 달러가 하락했다지만 1달러는 1,200원이라 여겼던 우리에게 오늘날 1달러 당 1,280원은 분명 부담스러운 달러 강세라 할 수 있다.

 

기업 관점

정확한 일자는 추후 알아봐야겠지만 2022년 기준 오뚜기에서 13년만에 두 차례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고 한다. (10여 년간 라면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던 오뚜기는 최근 2년 연속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라면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음식인만큼 라면 가격 인상은 다른 식자재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모두가 예의주시하는 소비재이다. 그리고 이러한 라면 가격 인상은 농심에서 시작되었다.

 

농심은 제품군의 포트폴리오가 라면에 집중되어 있다.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반면, 오뚜기는 오뚜기 3분 카레가 떠오를 정도로 라면 말고도 식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편이다. 실제로 오뚜기에서 라면류의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오뚜기는 다른 라면업체들에 비해 가격 인상의 부담을 덜 받거나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오뚜기는 오랜 기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은 이른바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이 라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그만큼 경기 상황이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주주들을 고려해서라도 실적 개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사람들에게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만을 보여줄 수는 없다. 기업이기에 결과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을 주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입장도 있다. 다행히 이런 오뚜기의 행보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제는 오뚜기도 라면 가격을 인상할 때가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참고용어

정액제: 품삯이나 사용로 따위에 대하여, 변동 사항이나 사용 시간에 관계없이 미리 일정한 액수를 정해 놓는 제도.

 

참고자료

BBC NEWS 코리아, 물가 상승: 월급 빼고 다 오른다... 물가 계속 오르는 이유

네이버 블로그 금융사령관, [경제] 갓뚜기 마저 라면 값 인상에 동참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국제유가 반토막 났는데... 주유소 기름값 왜 안 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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