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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8월 15일 신문 스크랩 본문
초저출산... '개인주의'는 죄가 없다.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허태균
1997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조사한 41개의 연구자료를 통합분석한 메타분석 논문을 보면 우리 사회는 전혀 개인주의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다만 나이가 젊을수록 개인주의적이라는 사실은 발견되었다. 즉, 출산율이 너무나도 높았던 몇십 년 전에도 나이가 젊을수록 개인주의적이었던 것은 똑같았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개인주의를 저출산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진짜 우리의 저출산이 개인주의 때문이라면 최소한 수백 년 동안 원래 개인주의였던 서구 사회는 진작에 멸종됐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주의는 개인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고 개인적 정체성, 자유, 권리 등을 강조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사회적 환경 또는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상대적으로 싫어해서, 설사 부모와 자식 간에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개인주의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주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인생을 바꾸며 자신들을 키워낸 부모를 보며, 자신도 자식을 낳는다면 자신의 인생이 바뀔 정도로 자식의 인생을 바꿔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하다.
우리의 저출산을 개인주의로 연결하는 논리를 볼 때마다, 그 저출산 정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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