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이슈 스크랩 #9
교육부, 의대생 휴학 '조건없이' 허용... 23일만에 입장 바꿔
정부가 "의대생 휴학계 승인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29일 밝혔다. 이달 6일에 밝혔던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23일 만에 철회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2월 의대생의 수업 거부가 시작되자 '휴학 불가' 방침을 유지하다 이달 6일 대학에 "동맹휴학이 아니란 걸 증명하고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조건부 휴학 승인을 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9월 말 의대생 휴학계를 일괄 승인한 서울대에 이어 29일 고려대와 연세대가 의대생 휴학계를 승인했다. 일부 대학은 30일 휴학계를 일괄 승인할 방침이다.
뒤늦게 의대 휴학 승인한 정부... 7500명 동시수업엔 "분반해 해결"
교육부가 29일 대학의 자율적 휴학 승인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은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대규모 의대생 유급·제적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들도 "유급이나 제적이 현실화될 경우 의학 교육이 붕괴하는 것은 물론 휴학을 불허한 대학을 상대로 의대생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교육부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이날 교육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내년 예과 1학년의 경우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사태가 현실화되게 됐다. 올해보다 많게는 4배 이상 늘어난 인원이 수업을 들으며 최소 6년 동안 함께 진급할 수밖에 없어 이를 준비해야 하는 각 대학에는 비상이 걸렸다.
각 대학은 휴학 승인으로 의대생 연내 추가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내년에 크게 늘어나는 예과 1학년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증원이 안 된 서울 시내 의대는 2배의 학생을, 증원된 의대의 경우 많게는 3~4배의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가로 필요한 강의실은 대학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업은 교수가 반을 돌면서 같은 수업을 여러 번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17일 기자들과 만나 "의대 40곳에 분산되는 것이고 실습보다 강의 위주인 예과 1학년 교육 특성을 감안해 분반 등으로 대비하면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7500여 명이 앞으로 계속 함께 진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 예과는 물론 본과 실습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까지 모두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