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인도네시아 분담금 짦은 메모
#1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술 이전이란 인도네시아 기술 인력이 한국에 들어와 공동 연구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 인건비라 생각하면 편하다. 여기에 원래 계약대로라면 시제기 한 대(시제 5호기)도 인도네시아에 제공할 예정이었다. 이때 기술 자료는 KF-21 블록 1 사업이 완료되어야 완성되므로 아직 인도네시아에 전해진 기술 이전은 없다. 즉, 지난번에 보도된 기술 유출 논란 역시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로 우리나라의 핵심 기술이 유출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결정적으로 블록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4세대 전투기 또는 4.5세대 전투기 개발은 단순하게 기술 인력이 파견되어 정보를 탈취한다고 개발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일이 아니다. 역설계와 관련해 높은 기술력을 갖춘 중국도 수십년 동안 전투기와 항공기 엔진을 역설계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러시아의 Su-27 전투기를 무단 복제할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더 나아가 시제 5호기가 인도네시아로 보내질 경우 인도네시아가 이를 무단으로 분해하여 역설계하고 기술을 탈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2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프랑스로부터 라팔 전투기를 도입할 돈은 있으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있다. 이는 라팔의 경우 프랑스 은행에서 도입 비용의 90%를 대출 받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에 비해 해외 무기 판매 정책이 잘 구비되어 있어 이를 위한 금융 지원도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개발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와 달리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를 개발이 완료된 전투기를 판매하는 것이므로 현물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 KF-21 보라매 전투기와 동일한 선 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개발 분담금을 지불하지 못했다고 5조 원짜리 48대 KF-21 수출 거래 역시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것은 기우라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것은 맞으나 완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과 개발비용과 관련한 대출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지불하지 못했다고 해서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역시 우리나라에 프랑스와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더군다나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보다 연구개발에 할당된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현물 거래 혹은 2034년까지 1년에 1천억 원 씩 지불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한국의 수출금융에서 현물 담보가 없는 '개발비용'의 경우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나라는 상대국에 금융 지원을 해줄 때 현물 수출일 때만 가능하며 연구개발 분야에 적용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규정에 따라 인도네시아로부터 현금을 받아야 했으며 한국 정부가 완강하게 예외를 두지 않아 우리가 2026년까지 받아낼 수 있는 최대금액 3천억 원(1년마다 1천억 원씩 3년)을 받고 기술 이전은 그에 비례하여 1/3만 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지금까지 받은 금액 3천억 원 + 향후 3년간 받을 3억 원 = 6억 원)
#3 그럼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냐. 우리가 보다 완강하게 돈을 받아내야만 했던 것 아니냐. 이는 우리나라가 해외 무기 판매 경험이 부족했고, 다른 나라와 공동 협력 개발한 경험이 미숙하여 발생한 문제이다. 일례로 다양한 무기를 판매한 경험이 있는 영국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판매할 때 현금이 아닌 석유 채굴권을 받아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폴란드 무기 수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완제품을 파는 과정에서도 삐그덕 거렸다. (폴란드 무기 수출 과정에서 법정자본금 한도 15조 원을 급하게 25조 원으로 늘린 사건)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추후 유럽 방산 선진국들과 경쟁할 때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가 파트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해외 무기 판매 경험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연구개발 비용을 착실하게 납부할 수 있을 만큼 건실한 국가가 아님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충분히 갖춰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추후 중동 국가에 무기를 판매할 때 보완해야 할 점이다. 그래야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거래를 제안할 수 있으며 동시에 우리 역시 이번과 같은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을 것라 본다.
#4 그럼 인도네시아의 불량한 태도를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건 아니다. 1950년대부터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며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한 프랑스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4세대/4.5세대 전투기인 라팔은 해군형이 1986년에, 공군형이 1991년에 초도비행을 실시했다. 그리고 2001년이 되어서야 자국 공군, 해군에 실전 배치되었다. 그런데 첫 수출은 무려 14년이 지난 2015년에 이집트를 통해 24대 도입 계약 체결이 이뤄지며 성사되었다. 14년 동안 하염 없이 해외 수출을 기대하며 자국 수요만을 충당하기 위해 프랑스는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며 생산 라인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는 (일반인도 조금 살펴보면 느낄)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성실하게 납부하지 못할 가능성이 조금 있음에도 인도네시아의 개발금 분담 및 도입 제안 (공동 개발비용 1조 6천억 원 분담 및 48대 수출에 따른 5조 원 가량의 비용) 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KF-21 블록1 개발 완료가 2년 남짓한 시점에서 새로운 국가를 몰색하고, 협상을 체결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하다.
참고자료
샤를의 군사연구소, [긴급 이슈점검] 인니, KF-21 분담금 1/3만? 도대체 왜? 1부
샤를의 군사연구소, [긴급 이슈점검] 인니, KF-21 분담금 1/3만? 한국은 호구? 2부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병주 "KF-21 황당한 인니, 우리의 말 못할 속사정은?"